이 글은 제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음주를 권장하거나 미화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건강한 음주 문화를 지지합니다.
술 마시면 왜 기분이 좋아질까?
역시 도파민 때문이다.
술은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도파민은 스트레스 해소, 불안 완화, 행복감 등을 느끼게 한다.
내가 술을 마시면 음악이 다르게 들리고 평소엔 지나치던 사소한 것들에도 웃음이 나고 때로는 울음이 난다.
감정의 고삐가 풀려 기쁨이든 슬픔이든 훨씬 격하게 느낀다.
평범한 음식도 안주로 먹으면 맛있었다.
25살, 첫 숙취, 갈아 만든 배로 살아난 날 (맥주)
25살의 어느 새벽, 편의점에서 '4캔 만원 세계맥주'를 샀다.
너무 행복하게 음주를 즐기고 조금은 아쉬워서 KGB 레몬 캔을 하나 샀다.
그냥 레몬 주스 같은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맛있는 술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KGB 레몬이 화근이었다.
숙취 숙취 숙취.
다음날 몸이 너무 안좋았다.
숙취에 갈아 만든 배가 좋다는 글을 보고 사서 마셨더니 정말 괜찮아졌다.
거들떠도 안 봤던 그 음료수가 그날만큼은 정말 생명수 같았다.
발렌타인 사고, 이틀 숙취와 비빔밥 치유 (위스키)
기분이 조금 안 좋았던 날이었다.
마침 집에 40도짜리 발렌타인 술이 있었다. 그땐 빨가면 무조건 와인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위스키라고 한다.
맛은?
병에 적혀있던 40도라는 도수가 안 믿길 만큼 맛이 부드러웠다.
홀짝홀짝 마시다 결국 한 병을 다 비웠다.
그리고 사고가 터졌다.
기분이 안 좋은데 만취를 해서 그런 걸까?
평소에 쌓여있던 불만이 터져 나와 무모한 행동을 했다.
다음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숙취는 계속됐다.
숙취가 이틀이나 갔다.
위스키는 캔맥주 숙취와 다른 숙취였다.
캔맥주는 강렬했는데, 위스키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 어딘가에 머무는 듯한 묘한 느낌이었다.
첫날은 상태가 더 심각했고 다음날은 그나마 더 나아졌다.
엄마가 비빔밥집에 나를 데려갔는데 그때 먹은 비빔밥이 어찌나 맛있던지.
비빔밥이 나를 살렸다.
다음에 그곳에서 같은 메뉴를 시켰는데도 그날의 맛은 아니었다.
숙취 후 먹는 비빔밥은 '치유의 음식'이라 더 특별했나 보다.
소주 마시고 동네에서 댄스파티 (소맥)
그날은 동생이랑 술을 마시기로 작정하고 마트로 갔었다.
근데 동생이 "이 소주 귀엽다!"라고 말했다. 작은 플라스틱 소주 한 병.
귀여우니까 사자! 하고 충동구매. 아마 소맥을 타 마셨던 것 같다.
술을 마시니까 갑작스레 용기와 신남이 폭발했다.
동생과 나는 둘이서 동네 산책을 갔다. 동생한테 노래 아무거나 틀어주라고 했고 동생은 신나는 음악을 틀었다.
나는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아직도 그 음악을 들으면 그날의 광란의 댄스파티가 생각난다.
2주 동안 매일 술 마시다 머리 자르고 병원에 가다 (막걸리)
음주 시리즈의 클라이맥스는 발렌타인 위스키일까 이 사건일까? 막상막하다.
2주 동안 매일 술을 마셨다.
술은 한 번에 많이 마시는 것보다 자주 마시는 게 위험하다고 한다.
2주 연속으로 마신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인생이 많이 고달프고 현실도피하고 싶었나 보다.
동생이 전주여행 가서 사놓은 과일 막걸리 세트, 하루에 한병, 아니면 두병씩 몰래 마셨다.
원래 막걸리 특유의 맛을 안 좋아하지만 과일 막걸리라 그런지 괜찮았고 술도 잘 취했다.
술에 취했던 그날은 머리가 너무 길어 거슬린다고 느꼈다. 그래서 술김에 싹둑싹둑 잘라버렸다.
당연히 머리는 엉망으로 잘렸고 미용실 가서 손봤다. 미용사님은 별말씀 없이 잘라주셨다.
그리고 미뤄뒀던 병원에 가게 되어 치료를 받게 되었다.
결국, 술이 나를 병원으로 보낸 셈이다.
지금은 술을 조심해서 마신다. 여전히 술이 기분을 띄워주긴 하지만, 나를 끌어 내릴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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