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덕질, 자아의탁과 유사연애의 함정

p시케 2025. 6. 1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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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은 왜 우리를 흔드는가

덕질은 종종 삶에 활력을 주는 취미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정신 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고강도의 감정노동이기도 하다. 특히 아이돌 덕질은 팬덤 문화, 유사연애 감정, 자아의탁 등의 복합적인 요소와 얽히면서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서기도 한다. 이 글은 내가 겪었던 경험을 중심으로, 덕질이 어떻게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차례
1. 자아의탁, 경계가 흐려질 때
2. 팬덤이라는 감정의 전장
3. 유사연애라는 착각
4. 종교처럼 빠지는 덕질
5. 탈덕 하는 방법
결론: 덕질은 내 삶의 일부였지만



1. 자아의탁, 경계가 흐려질 때
덕질이 감정적으로 깊어지면 '자아의탁'이라는 심리적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자신보다 위에 두거나 동일시하는 심리 상태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욕을 먹는 것을 내 자존심이 무너지는 일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그렇다.
그 아이돌이 나보다 더 중요해지고, 아이돌의 고통이 곧 내 고통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이는 건강하지 않은 관계다. 아이돌은 나 자신도, 내 친구도, 내 애인도 아니다. 팬과 아이돌 사이에는 분명한 거리감이 존재해야 한다.
 
 
 

2. 팬덤이라는 감정의 전장
아이돌 팬덤은 상시적으로 긴장감이 흐른다. 외부와의 충돌뿐 아니라 내부에서의 다툼도 끊이지 않는다. 팬덤 간의 전쟁, 팬들 간의 갈등, 그룹 내 멤버들에 대한 편애와 배척은 덕질을 더욱 피로하게 만든다.
특히 같은 그룹의 타 멤버 팬들이 내 최애를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장면을 보면, 정이 떨어지고 탈덕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팬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멤버 배척’은 입덕 장벽이 되기도 한다. 어떤 그룹에 관심을 가지려다 팬들의 분열과 배척을 보고 발을 빼는 경우도 많다.
 
 


3. 유사연애라는 착각
덕질이 깊어질수록 유사연애 감정이 생길 수 있다. '내가 이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이 감정은 연애와 비슷하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감정은 실제 관계와는 거리가 멀다.
연애는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 현실적인 관계지만, 덕질은 혼자만의 감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투심이나 소유욕이 생기고, 이것이 고통으로 이어진다.
 
 


4. 종교처럼 빠지는 덕질
덕질이 종교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힘든 시기에 시작된 덕질은 때로 삶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우울증을 앓다가 덕질을 통해 회복한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깊어진 덕질은 또다른 정신적 소모를 유발한다. 내가 겪은 덕질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순간 나는 나 자신이 아닌 그 사람을 위해 살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5. 탈덕 하는 방법
덕질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SNS, 커뮤니티, 팬덤 소통을 일정 기간 끊는 것이다. 인터넷 서치와 팬들 간의 정보 공유에서 멀어지면 자연스럽게 감정의 강도도 줄어든다.
하지만 그만큼 덕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적당히’ 덕질한다는 것이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과제다.
 
 


결론: 덕질은 내 삶의 일부였지만
결국 덕질은 나를 일으키기도 했고, 무너뜨리기도 했다. 지금도 나는 가볍게 덕질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덕질을 한다면, 나 자신을 먼저 아끼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본다.

타인을 덕질하지 않고, 나 자신을 덕질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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